일은 얼마전 케이블 방송사에서 하나의 우편물이 날아오면서 벌어졌다.
우편물의 내용인즉슨 몇달 후 유선방송 요금을 올릴 예정이니 저렴한 가격으로 디지털 케이블 방송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요금을 올린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또 올린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불만이 무지 많았는데(케이블 프로 중에서 볼 것이 없다던가, 마음대로 채널을 바꾼다던가 등등...)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유선방송의 유일한 장점은 HD방송 재전송이었는데, 원래 공짜로 볼 수 있는 것을(시청료를 내니 엄밀히 말하면 공짜는 아닌 듯...) 비싼 돈 내고 볼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 유선방송 해지하고 IPTV로 갈아탔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볼만한 프로는 대부분 유료라는 것이 조금 문제이긴 하지만 최신영화나 드라마의 경우가 대부분인지라(사실 인터넷에서 다운받는다해도 어차피 돈은 나가지 않는가....) 나에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주일의 시차가 나서 그렇지 오히려 종영된 드라마 보기에는 차라리 IPTV가 더 낫다.
여기서 문제는 지상파 재전송이라는 놈이다.
법안도 통과되고 합의도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서비스 되고 있지 않다.
1월 중순에 실시할 '예정'이라고만 할뿐 솔직히 언제 실시할지는 모른다.
그러면 유선방송의 유일한 장점인 HD방송 재전송을 차버리고 IPTV로 갈아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일을 저지를 내가 아니다.
(생각해보니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일 저지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만들어 보았다.
바로 옷걸이 안테나이다.
하지만 IPTV 셋탑박스에 HD튜너가 내장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만들어보았다.
그 결과는.....
원래 잘 잡혔던 MBC, KBS1의 수신율은 무려 90%까지 올라갔다.
오락가락했던 KBS2, EBS는 75%이상으로 상승했다.
아예 잡히지도 않았던 SBS는 60%대로 안정적으로 시청이 가능하다.
(이 셋탑박스 기준으로 50%이상은 안정적으로 시청가능, 45~50%는 끊김현상, 45%미만은 아예 검색되지도 않는다.)
이전의 셋탑박스와 비교해보자면 수신율이 25%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 셋탑박스의 성능이 좋은 것인지 기존의 셋탑박스의 성능이 낮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후자인 듯 싶다.
왜냐하면 같은 회사의 컴퓨터용 TV카드와 셋탑박스가 있는데 둘 다 수신율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다시는 S모 회사 제품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불만은 있었지만 참고 사용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
물론 안테나 위치가 수신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안테나를 창문 근처 실내에 놓기만 해도 4개 채널은 안정적으로 시청이 가능한데, 이 놈의 SBS가 말썽이었다.
결국 창문 밖으로 뺐는데,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면 어떻게 될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결과적으로 IPTV로 갈아타면서 HD방송과 다양한 채널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요금, 핸드폰 요금과 묶이면서 세가지 모두 요금할인혜택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볼 것도 없고 서비스도 엉망인 유선방송 요금은 올라가는데, 그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되는(서비스쪽은 아닐 수도...) IPTV 요금은 훨씬 낮다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IPTV 셋탑박스를 이용한 HD방송 수신은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기 때문에 장점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조만간 재전송이 될 것 같으니 충분히 장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추세라면 획기적인 대책이 없이는 지역 케이블 업자들이 살아남기는 힘들듯.
(그동안의 횡포를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럴줄 알았으면 괜히 셋탑박스 산다고 삽질하지 말고 진작 IPTV에 가입할껄....
p.s. 안테나 만들기
관악산에서 송출해주는 주파수에 맞게 가로세로 15cm로 제작하였다.
여러개 만들어보았는데, 안테나 길이를 정확하게 맞출 필요는 없는 듯하다.
1cm 정도의 오차는 괜찮은듯.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안테나의 위치이다.)
납땜기는 없는 관계로 그냥 절연테이프로만 감았다.
만드는 과정 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옷걸이를 휘는 작업이었다.
워낙 두꺼워서 원하는 크기 및 모양으로 만드는 것이 녹록치 않다.
아직도 엄지손가락이 아프다는.....
p.s. 2 현시연
IPTV 가입하고 재미있게 보는 것 중 하나가 '현시연'인데, 정말 오타쿠와 비오타쿠의 심정을 제대로 그린 것 같다.
가끔씩 내 얘기를 보는 것 같아 뜨끔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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