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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초탄박살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 군복 상의 우측 상단에 붙어있는 마크이다.
이 마크는 토우부대원이었다는 상징.....이지만 왠지 창피한 디자인이다.
수색대는 보통 독수리, 용 또는 호랑이가 그려져 있는데 이건 무슨 애들이 장난으로 그려놓은 것 같다.
그 때 동기들끼리 무슨 팥빙수 얼음 가는 기계처럼 생겼다고 장난스럽게 말했었는데, 보면 볼수록 얼음가는 기계가 맞는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약 10년 전에 디자인이 바뀌었다는 것.
예전 것을 본적이 있었는데 거기엔 독수리가 탱크를 발로 밟고 있는 굉장히 멋진 것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디자인으로 바꿔놓은건지 한심스럽다.

그래도 왠지 이 마크를 볼 때마다 뿌듯한 마음도 든다.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남들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같고 있다는 자부심(?)이랄까?
그리고 무사히 군생활을 마쳤다는 증표같기도 하고.

'초탄박살'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재미있게 들리지만 사실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토우의 특성상 한 번 발사하고 나면 바로 위치가 노출되어 집중포화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무조건 한 발에 명중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 발에 명중시킨다 해도 집중포화의 대상이 되는건 마찬가지이긴 하다..)
'초탄박살'이라는 구령에 맞춰 구보를 했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적 전차 파괴용사'라는 문구는 마음에 든다.

나에게 있어 여러 추억이 담겨 있는 토우부대가 최근 많이 없어졌다고 들었다.
없어져야 한다는 사실엔 나도 동의한다.
(예전에 군생활 할 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장비가 워낙 구형인데다, 우리나라 같이 험준한 지형에선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에 토우보다 작고 가벼운 메티스앰이라는 장비가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 훈련나갔다가 다른 사단으로 배치받은 동기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메티스앰 보직을 받았다고 했다.
토우부대가 없는 사단으로 발령받아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했었는데 그 의문이 풀린 것이다.
어쨌든 노후된 부대는 해체되는 것이 맞지만 그래도 왠지 씁쓸하긴하다.